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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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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어려운 폐비닐이 내구성 높은 건축자재로
최고관리자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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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대도시 공동주택단지에서 ‘폐비닐 대란’이 발생했다. 재활용 쓰레기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 중단을 발표한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중국 수출이 막히자 국내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중단하면서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에 그대로 방치됐다.
쓰레기를 제때 버리지 못하고 집에 쌓아두면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폐비닐 대란은 분리배출만 열심히 하면 쓰레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깨트린 사건으로 남았다. 분리배출을 아무리 잘해도 모두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 쓰레기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면 결국 처리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

1995년 쓰레기종량제 도입 이후 우리나라 국민은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원’이란 말을 철썩 믿으면서. 하지만 이제 이 말을 믿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 재활용쓰레기(폐기물)는 모두가 아는 이 불편한 진실처럼 재활용되기보다는 대부분 매립장 또는 소각장으로 가거나 바다에 버려진다.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자체가 환경 부담금을 물어가면서까지 이 일을 반복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 19와 함께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간편식 및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 확산을 초래했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분리배출 되는 플라스틱 중 포장재를 비롯한 ‘기타 폐합성수지류’의 증가 추이가 확연했다. 2019년 하루 715.5톤에서 2021년 1292톤으로 무려 80% 이상 증가했다.

그나마 공동주택은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 나름 분리수거가 잘 되는 편이다. 공병이나 선별된 폐플라스틱은 돈이 되기 때문에 수거업체에게도 이익이 된다. 하지만 일반주택이나 상가에서 배출되는 재활용쓰레기는 ‘혼합잔재물’ 형태다. 수거업체로서는 처리비용이 과다한 구조다.
우리나라는 식문화 특성상 국물 요리가 많고, 비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오염된 폐기물은 세척해야 하고 재활용을 위해서는 종류도 같은 것끼리 모아야 한다. 여러 여건상 재활용이 어려운 데다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70%가 폐비닐이란 것도 문제다. 라면 봉지처럼 인쇄된 포장재는 ‘기타(other)’라고 표시돼 있는데, 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재활용 불가능한 폐비닐을 토목·건축자재로 새활용

재활용선별장에서는 폐비닐이 60% 이상 포함된 폐기물을 ‘잔재물’이라고 한다. 이 잔재물을 재생원료화해 새활용(upcycling)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신동지구에 입주한 ㈜이-프랜트(E-PLANT)가 그 주인공이다. 연구원 출신인 조명래 대표가 2018년 인수한 회사다.
조 대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대림산업연구소를 거쳐 2000년 중소기업으로 이직,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다 2009년 프린터 소모품을 생산하는 ㈜피씨씨(PCC)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이-프랜트는 2016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폐비닐 재활용기술을 이전받아 연구소기업형태로 설립된 회사다. 정부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다 피씨씨가 주주 참여형태로 인수했다. 6년째 이어온 연구개발을 끝마치고 최근 실증사업까지 완료했다.
이 회사의 핵심사업 분야는 생활용, 농업용, 산업용 등으로 쓰고 버려진 모든 폐비닐과 모래, 상용화제(서로 다른 원료를 서로 섞이게 하는 화합물)를 혼합해 보도블록이나 경계석 등 토목·건축자재를 만드는 것이다. 망치로 쳐도 깨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가진 자재를 생산한다.
안 섞이는 물성, 상용화제 개발로 해결

눈치챘겠지만 이-프랜트의 새활용 기술은 상용화제가 그 핵심이다.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오염을 세척하고 원료로서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폐기물을 파쇄한 뒤 폐모래나 폐목재와 혼합해 원료로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서로 다른 물성이 섞이면서 상분리가 발생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혼합 정도나 결합력을 높여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상용화제다. 기술개발에 6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다.
조 대표가 개발에 성공한 상용화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원천기술이다. 버려지는 폐비닐은 여러 종류가 섞여 있어 선별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령 재사용하더라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혼합돼 있다 보니 물성이 저하돼 사용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이-프랜트의 상용화제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녹여도 상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더해 재사용 플라스틱의 물성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라디칼 개시제와 충진제를 사용해 응용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오염 제거 등 전처리가 필요 없는 기술이란 게 혁신적이다.
콘크리트블록보다 강도 5배, 내구성 2배 이상 높아

이-프랜트가 폐비닐을 새활용해 생산하는 토목·건축자재는 검은색과 착색된 제품으로 나뉜다. 폐비닐을 파·분쇄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분리되는데, 라면 봉지에 붙어있는 은박지처럼 분리가 안 되는 것들은 검은색 보도블록, 옹벽블록, 경계석 등으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분리가 잘 된 것들은 돌가루를 넣어 착색과정을 거친다. 착색 가능한 자재는 양질의 건축자재로 쓰인다.
플라스틱은 햇빛이나 온도, 습도 등 외부환경에 따라 녹아내림, 뒤틀림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 제품은 무기질을 섞어 충격강도, 인장강도 등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 콘크리트블록보다 5배 이상 충격강도가 높고 뒤틀림도 없다. 내구성 검사 결과에서도 10년 이상 쓸 수 있는 자재로 인증받았다. 일반 콘크리트제품보다 2배 이상 수명이 길어 유지보수비용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미세플라스틱 및 중금속 검출 시험까지 모두 통과했다.
이-프랜트는 현재 녹색인증(GR, Good Recycle)도 추진 중이다. 지자체들이 일정 비율을 채워야 하는 녹색 제품 의무구매를 겨냥한 것. 녹색 제품 구매는 탄소권과 직접 연결돼 있다. 일회용 컵 미사용이나 기차 이용을 독려하는 이유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에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재활용원료가 25% 이상 함유돼 있어야 한다. 휴대폰도 플라스틱의 25%는 재활용원료를 써야 해 삼성은 폐그물을 활용한다. 신재만으로는 수출도 못 하다 보니 재생원료가 더 비싸진 것이다.
신흥초 정문 앞 자원순환 시범거리 조성

이-프랜트는 지난해 대전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혁신기술 공공테스트베드사업을 수행했다. 대전 동구 신흥초등학교 정문 앞 85㎡의 면적에 폐합성수지 중량이 최대 50%까지 함유된 보도블록을 제조해 자원순환 시범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보도블록 4종, 맨홀, 벤치, 합성목재 데크 등의 제품이 적용됐다. 지난해 8월 31일 열린 준공식은 박희조 동구청장과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탄소중립실천다짐캠페인을 겸해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이-프랜트는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대전시에 가칭 ‘탄소 크레딧 거래센터’ 설립을 제안한 상태다. 재활용쓰레기를 재활용하려면 폐자원을 한데 모으는 부지 선정이 우선돼야 하는데 우리 동네는 절대 안 된다는 심리가 작동되기 마련이다. 가령 대전시는 금고동매립장을 조성 중이므로 그곳에 센터부지를 선정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생각이다. 이-프랜트가 설비를 구축하고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자는 얘기다. 조 대표는 “같은 방식으로 전국 지자체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 지구적 쓰레기 몸살, 해외수출 겨냥

전 지구가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편의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과 지구를 지속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야만 하는 환경적 요구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안 쓰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석탄발전소가 태양광을 비싸게 사고, 지자체가 전기차를 많이 구매하거나 보조금을 최대한 지원하는 이유는 탄소권 확보 때문이다. 탄소권이 없으면 수출도 할 수 없는 시대다.
특히 우리나라만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중국이 이-프랜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처리를 거쳐 재활용원료를 확보해야 하려면 수처리 비용, 환경오염 등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회사의 기술은 오염된 폐비닐까지 제품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이-프랜트와 중국 우시(無錫)시 정부가 화상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 최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포함해 탄소 저감 실행을 위한 3자 간 협약을 체결했다. 단순 폐기물 처리기술이 아니라 실질적인 탄소 저감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 중국이 주목한 결과다. 이-프랜트는 광저우(廣州), 쑤저우(蘇州), 쿤산(崑山)과도 기술수출 협약을 체결, 올 상반기 중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사업성 ‘청신호’

2018년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는 폐기물은 소각과 매립이 금지됐다. 준비가 안 돼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을 뿐이다. 이 기간에 소각이나 매립이 이뤄지면 톤당 2~3만 원씩 환경 부담금을 내야 한다. 올해부터는 이 법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개정됐다. 이-프랜트의 사업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조 대표는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및 업사이클을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게 이-프랜트의 비전”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나무 제품을 대체함으로써 글로벌 탄소 감축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문화저널 맥 / 이충건